「“고독”이요. 어떠한 평화도 욕망도 정열까지도 이곳에 들어오면 살아나지 못하는 고독이란 괴물이요」─
하면서
「사람이 감동하지 않는단 건 ─ 아무 곳에도 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실로 두려운 일일 겁니다.」─
하였다.
성재는 한동안 잠잖고 있었다. 역시 잘 연락이 닿지 않는 말들이다. 허나 다음 순간 그는 누구보다도 잘 감동할 줄 아는 사람들이 아무 곳에도 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얼마나 차단된 고독한 상대인가 싶었다기보다도 지금껏 자기가 제일 싫어하고 괴롭게 여긴 것이 정래가 고집하는 이 “고독”이 아니었든가 싶다. 그러나 이것을 지금 정래도 자기에게서 꼭 같이 느낀다고 한다. 만일 이렇다면 아무 것도 살아나지 못한다는 이토록 무서운 고독을 두 사람은 어쩌자고 이처럼 고집해 온 것인지 그는 한순간 하나는 동으로 오고, 하나는 서로 와, 어느 십자로에서 후딱 튀어나와, 맞서게 된 두 개의 독갑이를 보는 것도 같은, 이상하게 섬��하고 싫은 생각에
눌려 여전히 말을 잃고 누워 있었다.

성재는 그 곳에 자리를 잡고 아무렇게나 주저앉았다. 몹시 피곤하고……자꾸 졸음이 오는 것 같다. 자고 싶었다. 잠을 자면은, 자꾸 무수히 잠을 자면은, 어쩌면 혹 여기도 태고와 같은 “편안”이 찾아와 줄지도 몰랐다.
차츰 동공이 졸아들어 시야가 쉴 새 없이 명멸한다. 모든 물체가 한낱 허공을 그린 채 소실되는가 하면, 다시 집중되어 다가서는 강한 “빛”으로 해서 그는 자조 현기를 느꼈다.
마침내 그는 깊은 조름 속으로 흘러들며
(그래서…그곳에서 “승천”을
하게 되면 해도 좋고…) ─
라고…벗의 말도 그의 말도 아닌 먼 곳에의 이야기를, 가만히 입속으로 외어보는 것이었다.

한국 고전 단편 소설 지하련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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