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나 구정 연휴 때가 되면 각방송사에서는 뉴스시간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서울을 빠져나가는 귀성차량으로 극심한 정체를 빗는 고속도로 상황을 텔레비전 화면에 비추면서 귀성행렬 보도에 열을 올린다. 연휴를 즐기려는(?) 행렬만 보도하는 것이 미안했던지 간간이 연휴를 반납하고 수출물량 생산을 위해 땀 흘리며 일하는 공장 종업원의 근무광경도 보도하여, 잊혀진 음지에서 고생하는 이들에 대해 잠시나마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한다. 그러나 그 공장을 돌리는 동력인 전력을 생산？공급하기 위하여 연휴 같은 것은 아예 그들의 달력에서 지워버리고 일 년, 365일, 24시간을 묵묵히 발전소와 송배전선을 지키는 산업전사의 모습이 방영된 것은 거의 본적이 없다.

정전기는 수천 년 전부터 알려졌으나, 우리생활에 본격적으로 전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말부터이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전기가 없는 생활을 한시도 생각할 수 없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기는 항상 스위치만 올리면 켜지는 것으로, 물이나 공기처럼 그냥 항상 우리 곁에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전기는 발전소라는 전기 공장에서 생산되어 긴 송전선과 배전선을 타고 집까지 배달되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다. 찬핵？반핵으로 나뉘어져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도 전기를 만드는 공장 중의 하나이다.

저자는 원자력을 전공하고 원자력발전을 지원하는 분야에서 30여 년을 근무했다.
원자력 발전소는 기계, 전기, 전자, 원자력, 금속 등 모든 공학 분야의 최신기술이 합쳐진 종합기술의 집합체이다. 그러므로 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은 당연히 최신의 기술이 집대성된 시설에서 근무하며 국가 동력을 값싸게 생산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긍지를 가져야 하나, 실제로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자긍심을 가지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한 기를 건설하려면 점보비행기 10대 값 이상이 든다. 점보비행기를 조종하는 조종사는 견장이 달린 멋진 유니폼을 입고, 높은 급료를 받는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직업인이다. 점보비행기보다 훨씬 비싼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원자로 조종사는 값싼 작업복을 입고 오지에서 평범한 월급쟁이로, 휴일도 밤낮도 없이 교대근무를 하는 기피 직종의 직업인이다. 많은 사람들은 원자력발전소 운전을 그냥 자동차 운전 정도로 생각한다.
그들은 대안을 제대로 제시하지도 못하는 반핵 세력의 끊임없는 매도와 민원을 힘으로 해결하려는 데모에 시달리며 많은 시간을 전기를 생산하는 본연의 임무보다 데모를 막고 민원을 처리하며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그들은 나이 사십이 넘으면 자녀교육 때문에 부인, 아들과 딸을 서울, 부산 등 대도시로 내보내고 이산가족이 되어 독신생활을 하며 외로움과 싸우고 있으나, 누구도 그들의 고독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저자는 2년 반 동안 원자력발전소에서 4km 쯤 떨어진 곳에서 근무했다. 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하는 직원들과 교감하며 그들의 애환을 직접 보았다. 값싸고 깨끗한 에너지를 생산하면서도 그들의 존재는 잊혀진 채 반핵과 민원의 소용돌이에서 사기를 잃고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반핵과 민원의 멍에를 숙명처럼 걸머지고, 그들의 역할을 내세우지도 못하며 천직인양 일 년, 365일 묵묵히 전기 생산에 온 힘을 쏟는 것을 보고 저들이 숨은 애국자구나, 하며 감명을 받았다.
그들의 이야기 중 두 가지 주제를 선택하여 소설로 꾸며보았다. 하나는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게 운전하려고 밤낮으로 애쓰는 모습이며, 또 하나는 방사성폐기물 처분과 관련된 편견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원자력발전소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원자력발전소를 가장 안전하게 잘 운영하는 지표의 하나로 한주기 무정지 운전을 꼽는다. 한주기 무정지 운전이란 핵연료를 교체하고 다음 교체할 때까지 발전소를 한 번도 죽이지 않고 약 1년 반 동안 계속 운전하는 것을 말한다. 한주기 무정지 운전을 달성하기 위하여 정기보수는 물론 예방보수를 철저히 하여야 하며, 운전 중 인적실수를 제로화 해야 한다. 이 소설의 첫 부분은 각종 민원과 반핵의 저항 속에서 한주기 무정지 운전을 달성하기 위하여 노심초사하는 발전소장의 어려움을 그렸다.
원자력발전소를 운전할 때 방사성폐기물은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100만 kw급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매년 약 200드럼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과 약 30톤의 사용후핵연료가 방출된다. 비록 그 양은 석유나 석탄 등 화석연료를 연소하여 전기를 생산할 때 나오는 폐기물보다는 비교할 수 없이 적지만 방사성폐기물은 환경과 격리하여 장기간 관리하여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방사성폐기물을 원자력발전소 밖에 몰래 버렸다는 오해로 빚어진 민원의 확산과정을 2부에서 다뤘다.

1. 정월대보름
2. 발단
3. 해명
4. 제2의 발단
5. 실낙원
6. 무엇을 잘못했어?
7. 데모로 해가 진다.
8. 인연의 사슬
9. 측정
10. 등산
11. 4차나 가자
12. 인공동위원소 세슘-137
13. 이번엔 뭐냐?
14. 상경 데모
15. 노사갈등
16. 재측정
17. 나의 쉴 곳은?
18. 머피의 법칙
19. 흔들리는 갈대
20. 바람이 분다.
21. 국정감사
22. 귀향
23. 태풍아 불어라.

에필로그